생각 상자/일상 기록12 임신 8주 2일±6일 입체초음파 처음에는 생리시작일이, 이제는 아기의 크기가 출산예정일의 기준이 된다. 첫 진료때는 10/30일 이었고, 생리일에 대한 조정 후에는 10/27일 이었고, 초음파 기계의 측정 결과는 10/29일이 출산예정일이니까… 아무튼 시월의 어느 날이 된다. 증상은 날이 갈수록 다채로워 졌다.7w 어지러움+무기력+울렁거림+숨참고기, 생선은 생각만 해도 역하고 특히 기름류(참기름, 들기름, 버터까지..)가 참기 힘듦옆에서 맛있게 먹으면서 냄새 풍기면 분노가 올라옴7w4d 왼쪽 아랫배 통증 쿡쿡7w6d 식후 입에 쓴맛이 돌아서 바로 양치를 하고 싶은데, 동시에 양치덧이 생겨 구역질8w 고양이 배변으로 옮을 수 있는 톡소플라즈마를 생각하다 잠이 들었고, 고양이 똥이 어깨에 묻는 꿈을 꿈. 예민.8w1d 물비린내 심해져서 끓.. 2025. 3. 21. 임신 6주 1일 초음파, 첫만남 두 번째 진료를 기다리는 3주는 3년처럼 버거웠다. 울렁거리는 속이 분명히 호르몬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그게 아이가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불안감은 아기 없는 아기집 따위를 떠오르게 했다. 아주아주 긴 시간이었다.배 초음파할 줄 알았는데, 아직 아기가 작아서 질 초음파로 아기를 확인했다. 1cm가 되지 않는 콩알만한 꼬북이(거북이 태몽을 꾸었다). 의사 선생님이 아기를 확인하고나서야 진료실에 남편이 들어올 수 있게 해주었다. "들어오세요"라는 뜻은 "아기는 괜찮아요"라는 신호탄같은 말이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안심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이 얘기해준 아기의 크기와 심장박동 세기는 평균이고 건강하다고 하셨다. 고위험산모라 걱정스럽다고 얘기했더니 거듭 얼마나 건강한 상태인지 친절히 설.. 2025. 3. 10. 임신 3주 2일 태몽, 임신테스트 태몽며칠 전 노란 거북이 꿈을 꾸었다. 새끼 손가락 아래 손바닥에 뭔가 둥근게 튀어나와 있길래 짜듯이 빼내었더니 작은 거북이었다. 꿈에서 깨서는 태몽이길 바라는 마음에 거북이 등껍질이 노란색이 아니라 황금색이었던가 싶고, 사업이 잘 풀릴거라는 해몽 다 무시하고 '건강한 아이'라는 태몽해석만 여러 번 거듭 읽었다. 건강검진2025-2-15 AM 7:00 건강검진 예약날이었다. 앞서 꾼 태몽이 무색하게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생리시기를 일주일 앞두고 있었고, 매 월 기대와 실망을 맞바꾸던 습관을 무시할 수 없었다. '혹시 몰라서' 접수처에 임신 가능성을 얘기하고 흉부 X-ray를 포함한 암 검진을 모두 취소했다. 갑작스러운 선택이었지만 생리하길 기다렸다가 한 번 더 시간을 내어 암검진만 새로 받으면.. 2025. 2. 28. [日記] 보령생활 94일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중이다. 처음엔 순조로운 듯 하였으나, 묻어두고 갈 만큼 미세하지 않고, 적응해서 나아갈 만큼 매끄럽지 못해서 정신적인 투쟁을 연일 반복하고 있다. 때때로, 속아 넘어가는 기분도 들고 속아주는 기분도 든다. 진실이 뭔지 밝히고 싶으면서도, 귀찮고 정신이 없어 금방 모르는 척 무시해버리기도 하는 아주 사소하면서 일상을 계속 헤집는 불편함.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이 불편한 가시를 손쉽게 빼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아니다, 가시가 아니라 가시가 전체에 뒤덮힌 장갑을 낀 것 같다. 벗자니 손이 시렵고 끼고 있자니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다. 많이 배웠다. 스파르타 학원에 다니는 기분이다. 헬스는 혼자하는 운동이지만 트레이너가 있으면 뭐든 한 개 더 하게 되는 그런 기분이랄까. 어디.. 2022. 11. 26. 상실의 시간 상실의 시간 솔직한 그 표현들이 좋았다 계절을 어루만지는 그 눈빛이 좋았고 새 날을 맞이하는 그의 가슴이 좋았다 거짓없으면서 거짓 자체였던 그를 반쯤 감은 눈으로 본다 우주를 담아 피어난 잎은 저린 각질이 되어 구멍 난 가슴을 뒹군다 표면에서 일어나는 박동이 어릿어릿 반쯤 감은 눈을 간지를때 잠 깊은 자리로 가 버린 오늘의 뒷꿈치가 내일을 미룬다 서두르지마라 또 다시 오늘이어서는 안되니 거짓없으면서 거짓 자체였던 나는 반쯤 뜬 눈을 감는다 2022. 11. 20. [日記] 한 귀퉁이 시 한 귀퉁이 시2022년 6월 25일. 시는 가르치려들지 않는다. 독자 스스로 곡갱이를 들고 의미를 캐내어 듣는다. 그게 곡갱이질로 인해 생채기가 난 의미인지 시인의 온전한 의미인지 제멋대로 해석하기 나름인지는 알 바 없다. 그저 고픈 마음을 채울 수 있는 한 귀퉁이 시를 떼어 먹으면 그만이다. 2022. 11. 18. [日記] 더 작은 세계로 숨어들어 더 작은 세계로 숨어들어2021년 10월 29일. 요 며칠 눈을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며칠 아예 만나지 못한 기분도 들어요.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아주 인생에서 사라졌던 것 같기도 하고. 온갖 감정에 휘둘렸는데 지금은 그게 뭔지도 모르겠어요. 일 속으로, 아주 깊이 몰입해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이든 더 미세한 단위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소설은 금방 다른 세계에 데려다주고, 글쓰기는 내 세계를 헤엄치게 해주고, 도마위의 칼은 무지개색 재료들을 이끌며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주지만 일상을 계속 나를 위로하며 보낼 수는 없으니까. 마음의 빈 자리는 용케 좋은 습관들을 찾아내고 있어요. 오르막길을 오르는 좋은 근육들이 조금 쌓였다랄까. 저는 어렴풋이 해야할 일을 아는 것 같아요.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요... 2022. 11. 16. 순리 순리 2021년 8월 20일. 신뢰를 결심하는 것은 낯설지만 익숙해질 일이다 이루지못한 꿈이 있었던가 좇을 때 더 의미가 있었던가 아마도 그는 밭을 일구고 세상을 리드하는 역할을 맡았나보다 나는 그를 자연삼으면 된다 힘든 날들은 허기진 날의 타지않는 숯처럼 느린 죽음일 뿐이다 2022. 11. 16. [日記] 혼자하는 말싸움 혼자하는 말싸움2021년 7월 2일. 말이 옳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말은 의미가 없거나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버린지도.. 하고 싶은 말들은 조금 늦게 따라온다. 대화를 나누던 사람과 헤어졌거나, 쉽게는 이미 대화의 주제가 전환되었을 때 하고 싶은 말이 만들어지곤 한다. 그리고 말하지 못해 후회하거나, 아쉬워하고, 때로는 맞지 않는 타이밍에 하고 픈 말을 덧대고 다시 후회한다. 대부분의 타이밍이 맞는 말들은 안타깝게도 영혼없는 추임새들이었다. 읽고 느끼는 시간을 더 깊게 가지고 소중한 말 한마디씩을 뱉고 싶다. 그게 나를 사회적으로 좀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평가하더라도 긴장을 내려놓고 살고 싶었고, 말을 신중하게 뱉고 싶다는 전사가 아쉬운 타이.. 2022. 11. 16.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