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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상자/일상 기록

임신 3주 2일 태몽, 임신테스트

by 두지아 2025. 2. 28.

태몽

며칠 전 노란 거북이 꿈을 꾸었다. 새끼 손가락 아래 손바닥에 뭔가 둥근게 튀어나와 있길래 짜듯이 빼내었더니 작은 거북이었다. 꿈에서 깨서는 태몽이길 바라는 마음에 거북이 등껍질이 노란색이 아니라 황금색이었던가 싶고, 사업이 잘 풀릴거라는 해몽 다 무시하고 '건강한 아이'라는 태몽해석만 여러 번 거듭 읽었다. 

건강검진

2025-2-15 AM 7:00 건강검진 예약날이었다. 앞서 꾼 태몽이 무색하게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생리시기를 일주일 앞두고 있었고, 매 월 기대와 실망을 맞바꾸던 습관을 무시할 수 없었다. '혹시 몰라서' 접수처에 임신 가능성을 얘기하고 흉부 X-ray를 포함한 암 검진을 모두 취소했다. 갑작스러운 선택이었지만 생리하길 기다렸다가 한 번 더 시간을 내어 암검진만 새로 받으면 될 일이었다.

고위험산모

40세. 노산에 해당했다. 자연 임신 확률이 감소하고, 유산 확률은 증가했으며 임신 합병증(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태반 이상 등) 위험이 증가하고 난산의 가능성도 있었다. 커져가는 두려움 만큼 내가 모체로써 자격이 없는 것인지 스스로를 의심하는 시간들이 쌓여갔다. 생리가 멈추길 기다리며 또 일주일을 숨막히게 견딜 자신이 없었다. 간단한 검사로 축약된 검진을 마치고, 약국에 들러 임신테스트기 하나를 샀다. 

임테기

집에 돌아와, 옅게 표시된 임신테스트기 결과를 확인했다. 너무 옅어서 잘못 측정한건지, 내 눈에만 보이는 착시인지 스스로 의심되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43분쯤 되었다. 토요일이라 인근에 있는 산부인과는 곧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잠시 기다려달라 전화하곤 병원까지 달렸다. 

 

여의사가 말했다. "임신 맞아요"

'분명히'라고도 했던것 같은데, 이제 잘 모르겠다. 초음파를 해도 보이지 않을 임신 3주 2일.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했지만 남은 기다림은 이전과는 다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기 심장소리가 들릴 때 까지 산모수첩 발급이 미뤄졌지만 괜찮았다. 궁금해도 참고 6주차에 병원에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운명이란게 도대체 뭘까. 왜 나는 아무런 증상도 없이 암검진을 미뤘을까. 왜 나는 그 달의 생리를 기다리지 않고 병원으로 달려갔을까. 순리대로 산다는 것은 어쩌면 벼락처럼 강력한 에너지나 이끌림이 아닌지도 모른다. 저항하지 않는 마음, 그 정도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 노란 거북이 태몽
  • 임신 3주 2일(2025-02-15)
  • 초진 31,800원(+소변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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