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중이다.
처음엔 순조로운 듯 하였으나, 묻어두고 갈 만큼 미세하지 않고, 적응해서 나아갈 만큼 매끄럽지 못해서 정신적인 투쟁을 연일 반복하고 있다. 때때로, 속아 넘어가는 기분도 들고 속아주는 기분도 든다. 진실이 뭔지 밝히고 싶으면서도, 귀찮고 정신이 없어 금방 모르는 척 무시해버리기도 하는 아주 사소하면서 일상을 계속 헤집는 불편함.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이 불편한 가시를 손쉽게 빼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아니다, 가시가 아니라 가시가 전체에 뒤덮힌 장갑을 낀 것 같다. 벗자니 손이 시렵고 끼고 있자니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다.
많이 배웠다.
스파르타 학원에 다니는 기분이다. 헬스는 혼자하는 운동이지만 트레이너가 있으면 뭐든 한 개 더 하게 되는 그런 기분이랄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으나, 배움은 내 안에 쌓였다. 점점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 같고 지겨운 일은 더 하기가 버겁다.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을 수용해야 할 때나, 말문이 막힐 정도로 권위적인 시스템에 적응하는 일이나, 호르몬의 문제나, 뭐 하나 내 뜻대로 되는 게 없다. 심리적 컨트롤이 잘 안된다. 생각을 더듬을 시간도, 감정에 질문할 시간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두르다가 상처가 나도 스스로의 상처를 무시하게 되는 날이 올까봐 걱정스럽다. 나는 나를 지키면서 나아가고자 한다. 그래서 화가 난다.
신뢰는 닥치고 따라갈만큼 순진하지 않다.
사랑이나 분노라는 감정처럼 신뢰 또한 살아있고, 성장하거나 쇠퇴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본다. 좀 더 입체적으로 보자면 건강과도 비슷해서 한 번 잃으면 돌이키기 어렵고, 가꾸면 헬짱이 된다. 나는 지금 신뢰적 감기에 걸렸다.
보령생활 94일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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