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조절, 식단조절, 치근활택술(시도 조차) 모두 실패했다. 타인의 결심은 당사자를 움직이게 할 수 없었다. 스스로 깨달아야 했다.
약 한 달 전 혈당이 널뛰기를 하더니 쉬이 정상수치로 돌아오지 못했다. 손, 발, 목, 얼굴 피부에 염증성 질환이 생겼고 수포가 돋거나 각질이 벗겨졌다.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가려움증이 생겼다. 휘청이는 면역력이 눈에 훤이 보였다. 가까운 사람이 당뇨 합병증으로 응급실로 실려가 생사를 오간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깨달음이었다. 더이상 관리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위협이었고 두려움이었다. 피부과 진균감염치료를 하면서 혈당은 더 올라갔다. 아침마다 200~250오가는 수치에 하루종일 공포감에 휩싸였다.
당뇨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피부질병은 여러가지였다.
- 포도상구균 감염증 : 이 박테리아는 모낭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킨다. 눈꺼풀에 감염되면 다래끼가 생기고 손톱 감염이 일어나기도 한다.
- 곰팡이 감염 : 여러 피부 부위 중에서도 특히 살이 접히고 습하며 따뜻한 곳에 곰팡이가 잘 번식한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곰팡이 감염증은 사타구니 부위에 생기는 완선으로, 해당 부위가 빨갛게 변하고 간지럽다. 발가락에 생기는 무좀, 두피·가슴·배·사타구니·손톱·발 등이 가렵고 수포가 일어나는 백선도 있다.
- 칸디다 알비칸스 : 질염의 일종인 이 질환은 여성의 질이나 외음부에 생긴다. 이 피부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입술의 가장자리에 영향을 미치면 구순염이 발생한다.
- 곰팡이에 감염되면 손발톱 곰팡이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피부병에 걸리면 손톱과 발톱의 색깔이 변하고 두꺼워지며 부서지기 쉬워질 정도로 약해진다. 이럴 땐 항진균성 약물로 곰팡이를 박멸시키는 치료를 받는다.
- 흑색극세포증 : 제2형 당뇨 환자에게 가장 흔한 피부질환이다. 인슐린 저항성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주로 겨드랑이, 목뒤, 가슴 아래, 사타구니처럼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잘 생기며 피부가 검게 변하고 두꺼워지며 사마귀 모양의 병변이 생긴다. 이 피부질환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지만 비만이나 과체중일 때 체중을 조절하면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안심하고 위로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했다. 일반적인 기준을 대상표본에 맞춰야했다. 공복혈당은 아침에 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밤새 일하고 아침에 잠든 사람의 피를 뽑아 잴 일은 아니다. 밤에도 아침이 찾아오고 때 다른 끼니가 온다. 충분한 시간 잘 자는 것도 중요했다. 항생제가 주는 타격으로부터 먼저 벗어나는 게 중요했음으로 피부 보습에도 신경썼다.
온갖 잡동사니를 가방에 넣고 쫓아다니며 악어새처럼 챙겨주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스스로 견딜 힘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믿는 수 밖에 없었다.
최근 하루 20,000보씩 걷기 시작했고 공복혈당 외 식후혈당도 추가로 재기 시작했다. 어떤 음식이 혈당을 높이는지 직접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걷기 좋은 계절이었다. 약 일주일만에 혈당은 100이하로 다이나믹하게 곤두박질쳤다. 몸은 어떤 격렬한 움직임이나 시간적 투자를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저녁마다 맥주를 마시는데도 하루 혈당기복이 80~140 이었다.
아직 당뇨약과 인슐린주사를 맞고 있지만 주사 정도는 끊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품어졌다. 아직 젊으니까, 노력하는 만큼 달라지는 수치도 증명했으니까, 안세영이 금메달 땄으니까ㅎ 할 수 있다.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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