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하는 '조용한 장례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극단적으로 상업화된 병원 장례식장에서 벗어나 평소 생활하던 장소나 주거지 주변, 숲속이나 강변, 호수 등 자연적인 장소에서 진행한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시신처리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에서는 산분장을 제도화하는 것으로 친자연적 장례문화를 추진한다고 계획했다. 산분장은 화장한 유골을 산이나 바다 등에 뿌리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법 규정이 없어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고 합법도 불법도 아니면서 왠지 남 몰래 치뤄야할 것 같은 은밀한 장례 방식이었다.
연속된 대형참사로 봉안시설은 가득 찼고, 제한적인 국토에 무덤은 줄지않고, 관리하는 자손은 부족하고,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을 더이상 관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쯤에서 삶의 일부인 죽음을 준비하는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먼지처럼 날아가면 그만일까. 세상을 더럽혀놓고 떠나려니 후대에, 자연에,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죽음이 남은 생에게 유익할 수는 없을까.
한국의 장묘문화는 ‘시선 처리 방식’과 ‘장묘의례 집행 주체’가 변화하여 ‘다양화된 죽음의 문화’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송현동,2001)... 22년이 흘렀지만 살아있는한 '과정'을 벗어날 수 없다.
시신처리 방식 & 장례방식
독일 함부르크의 올스도르프(Ohlsdorf) 공원묘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공원묘지이자 녹지,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 그리고 사람들의 휴식처로 자연과 문화, 추모와 휴식이 어우러진 도심 속 공원의 형태다. 산 자의 휴식공간이면서 죽은 자를 위한 추모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관광문화시설이자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장사시설이 기피·혐오시설로 인식되는데 외국에서는 관광명소가 되고, 세계문화유산도 된다. 이러한 심리적 접근성을 제고하고 장사시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국내에서도 장사시설 개방을 통한 투어행사, 임종·죽음 체험 교육, 문화공연(추모공연, 위령제), 별똥별 관측행사, 영화제 등으로 주민참여형 생활문화시설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다. 그 예로, 충남 보령시 은골마을 영화제를 사례로 들 수 있다.
또한, 수목형·공원형 장사시설을 수목원, 도시숲, 자연휴양림 등의 기존 산림자원을 활용하는 등 환경과 생태를 고려한 공설 수목장림의 확대 및 조성이 이뤄지고 있다. 용산가족공원 내 보훈처 호국보훈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2023.6.5)이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친환경적 유골처리 방식은 앞서 말한 산분장이 있다. 매장에 따른 분묘, 화장 후 봉안당 안치, 땅에 골분을 묻는 현재의 자연장은 국토 잠식, 자연환경 훼손의 문제로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되어 지속가능한 장사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종합계획에서 모델로 삼고 있는 품위 있는 장례예시로 스웨덴 스톡홀름의 우드랜드 '회상의 숲'이 제시되었다. 회상의 숲은 우드랜드 입구 우측에 있는 소나무 숲을 산분 장소로 사용하고, 최상층부에는 헌화장소로 구성되어 있다. 경관과 환경을 고려하여 고인 표지는 설치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례로는 미국 '그린 부리얼(Green Burial) 녹색장', 스웨덴의 '프렌들리 스페이스(Friendly Space)', 프랑스의 '피넬리스(Pineless)'가 있고 미국 워싱턴 장례회사인 리콤포즈는 가장 친환경적인 장례방법으로 '인간퇴비화'를 말하기도 한다.
미국 '그린 부리얼(Green Burial) 녹색장'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화학물질이나 인공적인 장식을 사용하지 않는 간소한 장례식을 기반으로 유기성 물질을 이용한 유골 보관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스웨덴의 '프렌들리 스페이스(Friendly Space)'은 고인의 시신을 효과적으로 분해시키는 새로운 유형의 묘지로 화학 처리 대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여 시신을 분해시키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장례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의 '피넬리스(Pineless)'는 대량 생산된 장의나 석조 묘비 대신 나무판자로 만든 단순한 묘비와 그린 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장례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자연친화적 묘지를 제공한다.
미국 리콤포즈의 '인간퇴비화' 서비스는 시신의 자연분해 과정을 보다 가속화하여 30일 만에 식물을 키우는 흙으로 만드는, 즉 시신을 퇴비로 쓰는 것을 매장의 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 화장 후 항아리가 아닌 흙 화분 속에서 안식을 찾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기존 장례문화인 화장 대신 시신을 자연적으로 유기 분해하면 이전 장례에 사용하던 에너지의 1/8을 소모하고 이산화탄소 발생이 1.4톤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친환경적 장묘문화로 나타나고 있지만 비용의 문제와 시신을 퇴비로 만드는데 대한 윤리적 사회적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 외 환경친화적인 방식의 시신처리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으며 스웨덴에서는 탄소나 유독물질의 배출을 없애기 위해 '빙장(氷葬)' 또한 논의되고 있으며 유네스코에서도 이 장례법을 추천 및 승인했다. 스웨덴에서 기술적 한계로 상용되지 못했으나 국내에서 성공할 시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빙장국가로 거듭날 수도...
국내의 핫한 장례방식으로는 '드론해양장'이 있는데, 자연장의 한 종류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드론을 이용해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장례의식이다. 드론해양장은 카메라를 장치하여 실시간으로 영상을 송출하고 녹화 영상(USB)을 유족에게 제공하며 삼우제 및 49재에 고인을 기리는 추모 비행도 가능하다.
장사문화 정책은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가이드이다. 변화하는 장사문화를 다양하게 흡수하고 발전시켜 우리의 육체가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지구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자료]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
가정의 달에 생각하는 장묘문화 자연장의 현재와 미래. 월간가드닝, 2021.05.
화장률 90% 돌파했지만 장사시설은 여전히 부족. 상조매거진,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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