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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상자/생각 정리

River Boy

by 두지아 2017. 4. 24.

그러나 보이는 것은 바다 뿐이었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소년이 가버린 것처럼,
강물 역시 사라져 버렸음을.
그들은 강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바다에 도착했다.
 
 
10대 소녀 제스가 할아버지와의 사별을 준비하며 여행을 떠났을 때 할아버지의 그림 제목이자 처음엔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자화상의 주인공 리버보이를 만난다.
강의 시작에서 만난 그의 특별한 제안은 '이곳에서 부터 바다까지 헤엄쳐가는 길을 함께하자는 것'이었다. 혼자서는 너무 두렵지만 같이 가지 않겠다면 혼자서라도 떠나겠다는 리버보이.
나는 책을 덮고나서도 도대체 이 책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 느끼는데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고심 끝내 내린 결론은
 
할아버지를 잃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믿음에 정해진 인간의 운명이 생채기를 만들까봐 리버보이가 멘토로 나타난 것이다.
그녀가 강을 따라 헤엄쳐 할아버지가 계신 병원까지 가는데 리버보이는 보일듯 말듯 뒷통수만 보여주며 유유히 앞서 나간다. 그녀가 필사의 힘으로 그를 쫓아가다 기력을 다하고 포기하려 할 때 그는 다시 눈 앞에 나타나 힘을 내라 말한다. 반나절을 헤엄쳐 바다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거기 없었고, 
할아버지 또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의 마음 한 곳에 할아버지와 리버보이가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리버보이를 미신이나 귀신이 아닌 그녀의 마음을 보았고 그 마음과 함께 헤엄쳐왔다 생각한다. 할아버지와의 사별을 받아들이는 10대 소녀의 마음.
거칠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그 순간을 이겨냈고
순순히 강물에 몸을 맡겨 결국 바다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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