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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상자/나비의 경로

[첫번째 원고] 라디오극장 오프닝 - 신대방 포장마차

by 두지아 2022. 11. 19.

사진출처 : 조선일보


2013년 1월 31일.


우리가 함께 가려던 곳은 따로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신대방역에 내려 눈앞에 보이는 작은 포장마차에 들어가 앉았다.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너무도 당연하게 정해진 목적지를 이탈한 것이다. 제어의 필요성을 잃는 자유로움이 여행의 목적이라면 도심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충동적 이탈은 그런데로 괜찮은 방황이자 여행이었다.


여행이라고 생각하니 김 서린 포장마차의 비닐 벽 밖으로 내려앉은 가로등불이 낯설게 느껴졌다. 파란 플라스틱 테이블 위에 식어가는 메추리구이도 시원한 땀을 흘리는 소주잔도 마주 앉아 서로를 탐구하던 그 사람의 두 눈도 낯설게 느껴졌다. 낯설어서 다시 설레이던 밤.


가슴속엔 연신 파도가 치는데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고요함이 거품처럼 들러붙어 나를 당황하지 않게 어루만져 주었다.


막차가 지나가고 나면 밤은 더욱 어두워질 것이고 도림천의 물소리는 이제 자신만의 무대인양 낮 동안의 이야기를 늘어놓겠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보면 도심 속에서도 풀내음이 짙구나. 안개처럼 깔린 풀내음들 사이를 맨발로 휘저으며 저 멀리 빛나는 우주에 닿을 때 까지 춤을 추자고. 너와 나 단둘만 남을 때 까지.

BGM : 이루마 When The Love Falls

이루마 - When The Love Falls.mp3
4.52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