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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상자/일상 기록

2개월차 육아 현황보고 (D+72일)

by 두지아 2025. 12. 30.

 

산모의 바람빠진 풍선같은 배는

용도를 다 하면 알아서 퇴화할 일이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나면 자연 힙시트로 요긴하게 쓰이면서 그 수명이 유지된다. 출산 6~8주 후 부터 운동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육아를 하다보니 산후도우미 지원 없이는 어림도 없는 얘기였다. 아기를 역방쿠나 바운서에 눕혀놓고 자전거타기를 하던 유투버들은 철인인가 싶다. 2025-12-09 생후 51일 

4시간 짜리 통잠

우는 소리 못 듣고 밥때 놓친줄 알고 깜짝 놀랐다. 젖병을 물지 않아서 자는 중이라는 걸 알았다. 기쁘고 귀한 4시간.. 통잠은 하루에 한 번만 자나? 응가 아니였으면 5시간도 잤을까? 통잠을 잔 만큼 깬시에 총 분유량을 채워야하니까 수유량을 늘려야 하는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다음 챕터에 대한 궁금증을 떠올리다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종일 기뻤다. 2025-12-12 생후 54일

뭔가 할 말이 많아 

아기의 옹알이가 시작되었다. 요즘은 처음 듣는 소리를 자주 낸다. 지금보다 더 아기때는 숨에 섞여나는 "삐약삐약" 소리가 다 였는데, 이제는 소리내며 자기도 신기한지 "빽빽" 질러도 본다. 처음 피어난 옹알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간의 피로가 다 씻긴다. 놀랍다. 2025-12-13 생후 55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치면 나보다 할미 마음이 더 클껄?

모성애는 아기를 사랑하고 예뻐하는 마음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은 누구나 갖을 수 있는 마음이고, 아기를 보고 있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느끼니까. 모성애는 지키고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 가까운 것 같다. 아기가 불편하거나 아파할 때 짐승처럼 예민해지는 나를 보면.. 2025-12-13 생후 55일

소변세수

목욕 후 30분 만에 대변 2회 그리고 소변 1회. 마지막 소변은 얼굴로 받았다. 뒤처리하다가 내 얼굴 닦는 건 깜빡했는데 어디에 오줌이 묻었었는지도 모르게 바짝 말라있다. 나보다 우선 신경쓸 일들이 만 가지다. 오늘 내가 지내는 세상은 반 고흐의 노란방처럼 노리끼리하다. 2025-12-15 생후 57일

제법인데

아기욕조에 기대 앉혔는데 이제 제법 목이 꺽이지 않고 버틴다. 이것 하나만으로 목욕이 수월하게 느껴진다. 아기가 앉고, 걷고, 말하기 시작하면 얼마나 더 편하고 여유로워질까. 어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 지금 느끼는 기분이나 날씨에 대한 생각같은 가벼운 것들을 나누고 싶다. 2025-12-23 생후 65일

시간을 멈추는 힘

2개월차 접종 핵사심(DTaP, IPV, Hib), 폐구균 단백결합백신 PCV20, 로타바이러스 로타택(RV5)를 맞았다. 로타택은 경구용으로 쩝쩝대며 자기도 모르게 삼켰고 나머지 두 종의 백신은 양쪽 허벅지에 맞았다. 첫 번째 주사에 놀라서 "빽"하고 울었는데 두 번째 주사에는 거의 경끼를 일으키듯이 얼굴이 빨개진 채로 숨도 안 쉬고 울어서 시간이 멈춘줄 알았다. 2025-12-24 생후 66일

메리 크리스마스 아가야

아기와의 첫 크리스마스. 아기는 오늘을 기억하지 못할테지만 사진으로 남겨서 우리는 네가 태어난 이후부터 매일 매일이 축제이자 기념일이 되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케잌을 자르고 촛불을 끄고 와인잔을 부딪히며 아기를 위한 어른들의 축제를 즐겼다. 2025-12-25 생후 67일

스파이

"이 계절에 모기가??"하고 따가운 느낌에 팔뚝을 내려다보면 아기 손이 나와 조물딱조물딱대고 있다. 제법 손에 힘이 생겨서 조물딱대면 모기처럼 따끔한 맛이 난다. 2025-12-28 생후 70일


D-72일 오늘

과거 일기를 남기던 나와 현재의 우리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과거 일기를 썼던 나에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코칭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며칠 사이 아기가 급성장하면서 뭘 원하는지 눈빛만 봐도 알게 되었고, 분유량이 하루아침에 2배로 늘면서 분유텀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아기의 성장은 정말 신비롭다. 

1시간 30분 단위로 울리던 아기의 배꼽시계는 고무줄처럼 늘어난 아기의 뱃구레 덕분에 텀이 3시간이 되었다. 텀이 늘어나니 잠에서 깨면 배가 많이 고팠고, 80ml*12~13회 먹던 아기가 1회 160ml까지 요구하게 되었다. 첫 160ml는 감격스러우면서도 뭐가 잘못된 건 아닌가, 소화불량이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이 많았지만 놀랍게도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었다.   

산후조리원에 가거나, 산후조리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 분유량이나 텀을 억지로 늘려서 육아하기 편한 시간표를 만든다. 나는 누적된 다큐멘터리 지식을 통해 아기가 저절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믿는 쪽이었다. 덕분에 육체적으로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고단했지만 이제 작은 변화에도 감격하고 웃을 수 있다. 아기는 키 60.1cm, 몸무게 6.2kg이 되었고(66일 기준) 뱃속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아기들 보다 비교적 크다(특히 머리).

2개월 껌딱지 이상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