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3 상실의 시간 상실의 시간 솔직한 그 표현들이 좋았다 계절을 어루만지는 그 눈빛이 좋았고 새 날을 맞이하는 그의 가슴이 좋았다 거짓없으면서 거짓 자체였던 그를 반쯤 감은 눈으로 본다 우주를 담아 피어난 잎은 저린 각질이 되어 구멍 난 가슴을 뒹군다 표면에서 일어나는 박동이 어릿어릿 반쯤 감은 눈을 간지를때 잠 깊은 자리로 가 버린 오늘의 뒷꿈치가 내일을 미룬다 서두르지마라 또 다시 오늘이어서는 안되니 거짓없으면서 거짓 자체였던 나는 반쯤 뜬 눈을 감는다 2022. 11. 20. [日記] 빛나는 밤의 닭 빛나는 밤의 닭2021년 4월 26일 그리고 28일. 밤이 빛난다. 빛들이 너무 강렬하게 쏟아져서 피곤하다. 밤이 오지 않는 닭장에 갇힌 기분이다. 밤낮으로 세상을 비추는 것으로 그들이 얻는 것은 달걀일까. 허들에 너무 가까워도 넘기 어렵다. 계산된 스텝이 준비되어 있거나, 제자리에서 단숨에 높이 뛰어오를 기량이 있거나, 허들을 넘어뜨리고 나아가도 문제없을 만큼 낯짝이 두껍거나. 창피함을 감수할 자신이 없어서 화가난다. 분노는 나의 힘이고 성장에 집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화가 난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이렇게 빨리 다음 허들이 놓여있을거라 예상 못했기 때문에 더 화가 난다. 잘 쉬는 것이 얼마나 생산성과 창의성에 도움이 되는지 안다. 내가 얼마나 못 쉬는 사람인가도 안다. 언제까지고 우격다짐할 수는.. 2022. 11. 16. [日記] 어느 새벽 어느 새벽2021년 4월 5일 새벽 5시. 큰 도로길가 쪽에서 야구장에서 환호할 때나 불어댈 법한 휘파람 소리가 연이어 난다. 한 번은 낮은 음에서 높은 음으로, 다음에는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나는 식이다. 두 소리의 반복이 산중턱에 머리를 부딪히고 고꾸라지며 어미를 늘이고 밤의 장막이 그림자를 드리워 빛나는 두 소리만 눈알처럼 알알이 구른다. “언제까지 저럴 작정이지?” 나는 세번째 캔맥주를 따며 거친 마음을 뱉었다. 낮에는 호수를 보고 왔다. 호수의 잔잔함이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외로움이 삐걱대며 차오르니 머물지 않고 감상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길 건너 반복되는 휘파람 소리는 어둠에 쌓인 호숫가를 상상하게 한다. 지는 해를 등지고, 잠들어가는 호수를 등지고 밭을 일구는 아주머니의 굽은 허리를 상상.. 2022. 11.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