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벽
2021년 4월 5일 새벽 5시.
큰 도로길가 쪽에서 야구장에서 환호할 때나 불어댈 법한 휘파람 소리가 연이어 난다. 한 번은 낮은 음에서 높은 음으로, 다음에는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나는 식이다. 두 소리의 반복이 산중턱에 머리를 부딪히고 고꾸라지며 어미를 늘이고 밤의 장막이 그림자를 드리워 빛나는 두 소리만 눈알처럼 알알이 구른다.
“언제까지 저럴 작정이지?” 나는 세번째 캔맥주를 따며 거친 마음을 뱉었다.
낮에는 호수를 보고 왔다. 호수의 잔잔함이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외로움이 삐걱대며 차오르니 머물지 않고 감상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길 건너 반복되는 휘파람 소리는 어둠에 쌓인 호숫가를 상상하게 한다. 지는 해를 등지고, 잠들어가는 호수를 등지고 밭을 일구는 아주머니의 굽은 허리를 상상하게 한다. 새로 지은 인스턴트식 건물과(콘테이너 건물은 왠지 인스턴트 같다) 이미 건물이 세워지기 이전부터 집터의 주인이던 떠돌이 고양이가 만분의 1의 규모로 작은 집에 강제이전 되었음에도 자기는 아무래도 별 상관없다는 듯이 반쯤 감은 눈을 상상하게 한다. 그러다 베란다 밖 6차선 도로의 소음도 호숫물이 지면에 찰박대는 것 같고 빈약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등불도 호수에 비친 달물결 같으니, 아무리 손쉽게 지나왔던들 호수에 잠긴 이 마음은 휘파람 휘휘 불어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싶은 죽은 이들의 정적을 피할 수 없다. 시끄럽게 굴 때는 언제고.. 이제 내가 휘파람 바통을 넘겨 받을 차례인가? 취하지 못한 아침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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