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함1 [日記] 어느 새벽 어느 새벽2021년 4월 5일 새벽 5시. 큰 도로길가 쪽에서 야구장에서 환호할 때나 불어댈 법한 휘파람 소리가 연이어 난다. 한 번은 낮은 음에서 높은 음으로, 다음에는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나는 식이다. 두 소리의 반복이 산중턱에 머리를 부딪히고 고꾸라지며 어미를 늘이고 밤의 장막이 그림자를 드리워 빛나는 두 소리만 눈알처럼 알알이 구른다. “언제까지 저럴 작정이지?” 나는 세번째 캔맥주를 따며 거친 마음을 뱉었다. 낮에는 호수를 보고 왔다. 호수의 잔잔함이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외로움이 삐걱대며 차오르니 머물지 않고 감상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길 건너 반복되는 휘파람 소리는 어둠에 쌓인 호숫가를 상상하게 한다. 지는 해를 등지고, 잠들어가는 호수를 등지고 밭을 일구는 아주머니의 굽은 허리를 상상.. 2022. 11. 16. 이전 1 다음